이달 초, 타지역에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자녀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어 인근 학교들을 살펴보니 IB 교육을 한다는 학교들이 여럿 보였다고 한다. 그는 나보다 선배 학부모다. 전국구 급 학군에서 자녀와 이인삼각 경주를 벌이고 있는 열혈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서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그 질문을 또다시 들었다.
"IB, 그게 뭔데?"
IB 교육은 외교관의 자녀들이 국경까지 넘나드는 잦은 이동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이어가지 못하자 그 해결책으로 만들어졌다. 국제 바칼로레아의 줄임말이라거나, 해외 대학에 입학한다거나 하는 말보다 언제 어디서나 체계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교육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든, 어느 문화 속에 있든 통용될 수 있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게 어떻게 되니?" 나의 자녀들은 IB 국제 인증 후보학교인 연포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IB 교육에 대한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여 국제 인증 획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나는 그동안 IB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첫 번째는 세상을 이해하는 틀을 만들어 주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IB 교육에서 중요한 도구는 교과서도 참고서도 아닌 `개념'이다. 아이들은 형태, 기능, 인과관계, 변화, 관점 등 7가지 핵심 개념을 기준 삼아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도록 배운다. 개념의 틀 안에서 교과목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다양한 지식은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지식이 우리 주변, 지역사회, 넓은 세계에 있는 현상들을 이해하도록 활용된다. 신문을 넘겨 보며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과도 연결하는 등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개념이라는 도구가 학교 밖의 일상생활에서도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이라는 점이다. IB 교육을 시작한 이후에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정답은 없어.'다. 정답이 없으면 뭐가 있을까? 그 자리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답을 찾아가는 탐구의 여정이 있었다. IB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만의 해답을 탐색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향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수업 시간에 공부할 중심 내용까지도 아이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같은 수업을 해도 교실마다 그룹마다 아이마다 탐구하는 내용이 같은 것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자극은 IB 수업 외의 교과목 수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마지막은 즐거운 교육이라는 점이다. IB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어 보인다.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질문을 주고받고 의견을 나눈다. 그러고 나면 다양한 디지털 툴(tool)을 활용하여 탐구와 표현 활동을 한다. 결과물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의견을 또 주고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에 와서는 결과물을 가족에게 보여주며 자신의 탐구 내용을 자랑한다. 수업 시간이 `선생님께서'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이' 참여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되니 몰입감이 높아진다. 또한 그동안 배워왔던 내용들이 책 속 내용에 그치지 않고 실재 세상과 연결되니 학습 그 자체를 쓸모 있는, 흥미로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생각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초등학생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게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다 안 하는데?"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 문제에 IB 교육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단지, 그 해답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부산교육신문에 기재된 기고문은 필자의 견해이며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