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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떠나는여행수포자와 수학자는 과학관에서 이상한 실험을 시작한다
  • 2022년 여름 제102호
  • 조회수 : 66
  • 작성자 : 유비텍1




문화로 떠나는 여행

수포자와 수학자는 과학관에서 이상한 실험을 시작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문관규 부산대학교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힘든 상황은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60대의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평생 한 편의 시를 쓴다. 시는 그녀가 도달하고 싶은 삶이라는 산의 정상이다. 삶은 힘들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시를 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다. 감독은 ‘아름다움은 상황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의미가 있으며 삶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넌지시 의도를 밝혔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어려울수록 아름다운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는 지름길이다.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탈북자와 가난한 학생이 아름다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 영화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과 탈북한 수학자가 그들의 힘든 상황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우정을 제시한다. 그들이 생활하는 곳은 학교다. 학교는 아름다운 곳이기보다는 경쟁의 링에 가깝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영화는 주인공의 성장통을 담아낸다. 희망과 성장으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어야 할 청춘 시절은 입시라는 장애물로 인해 청춘의 시간이 모두 박제될 수 있다.



과학관에서 수학을 통해 참된 교육의 길을 탐구한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탈북한 수학자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이자 수학 포기자가 만나서 희망을 찾아간다. 한지우(김동휘 분)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하여 명문고에 다니는 학생이며 이학성(최민식 분)은 탈북하여 학교의 경비로 근무한다. 지우는 수학 내신 성적이 9등급인 수학 포기자이고 이학성은 저명한 수학자이다. 그들의 만남은 지우가 학교에 술을 반입하다 이학성에게 적발되면서 시작되는데, 지우의 교칙 위반은 시험기술을 배우는 입시 공부를 거부하고 수학의 원리를 공부하는 것과 닮았다. 학교에서 이방인으로 비슷한 처지였던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열게 되고, 폐쇄된 과학관이라는 소외된 장소에서 수학을 공부한다. 이학성은 ‘수학은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가르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지우와 공부를 시작한다. 영화는 두 사람이 함께 수학을 공부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두 이방인, 수학으로 서로를 보듬고 나아가다

이학성은 탈북자로서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감상하고 수학에 대한 매혹으로 행복을 유지한다. 바흐의 음악은 수학과 닮았다. 한지우는 교통사고로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와 지내지만 인간에 대한 신의로 품위를 지킨다. 지우에게 비어있는 아버지의 자리와 부족한 수학 성적은 이학성이 대체 아버지가 되고 수학을 가르치면서 두 가지 결핍을 채운다. 이학성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의 죄책감은 지우와 만남으로 완화되고, 수면제에 의존하던 불면증도 해소된다. 특히 과학관은 두 인물의 우정과 입시교육으로 외면 받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실험하면서 인간의 신뢰와 학문 탐구라는 입시교육이 외면한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는 장소다. 이 영화는 교육의 참된 가치에 대해서도 두 인물의 관계와 수학 공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이학성과 한지우가 그들이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면서 한국의 입시 교육의 문제 제기보다 두 인물의 우정과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영화의 결말은 행복 문을 열어주었지만 현실은 과연 영화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현실을 영화처럼 만드는 것은 관객의 성찰과 실천으로 가능할 것이다. 영화를 보며 입시 중심의 교육이라는 수족관에서 학생들을 방생하는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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