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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하루
  • 2022년 여름 제102호
  • 조회수 : 97
  • 작성자 : 유비텍1
 

주인공이 말하는해

소중한 나의 친구
그리고 나의 하루


분포중학교 1학년 문라원


어릴 적 수어를 배운 경험으로 낯설지 않은 수어를 주제로 글을 써보았다는 문라원 학생. 장애공감문화 조성을 위한 2021년 ‘제11회 世울림 공모전’ 대상 수상작(소설)을 함께 만나보자.
 

분홍빛 꽃이 살랑살랑 춤추고 있을 때 우리 반에 한 친구가 전학 왔다.“오늘 우리 반에 새로운 학생이 전학 왔어요. 들어와 주세요.”터벅터벅. 발소리를 들으니 한 명이 아닌 것 같았다.‘부모님이랑 함께 왔나?’한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의 엄마께서 말씀하셨다.“안녕? 이번에 6학년 1반에 전학 오게 된 이희진 엄마야. 듣고 놀랄 수도 있지만, 우리 희진이는 손과 마음으로 대화한단다.”‘손과 마음? 그러면 희진이는 말을 못 한다는 뜻인가?’

“희진이는 손과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수어를 써. 너희들이 수어를 알게 되어 희진이와 대화를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구나.”‘수어…?’“어머니! 잠시만 교실에서 나가서 저랑 이야기 좀 나누셔도 될까요?” “네. 그럼요.”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희진이는…, 아! 저기 지우 옆자리에 앉으면 되겠구나.”희진이의 엄마는 희진이를 내 옆에 앉히고는 나에게 살며시 웃어주고 선생님과 교실을 나갔다.

어쩐지 친구들의 눈이 다 희진이를 향해 있는 것 같다. 나와 조금 다르다는 생각에 희진이와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오늘 하교할 때까지 희진이에게 다가와 주는 친구는 없었다. 다음 날, 그다음 날, 일주일이 지나갈 때도 여전히 희진이는 언제나 혼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희진이가 혼자 있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았다. 희진이에게는 항상 차가운 눈빛을 보여주었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그 눈빛을 사르르 녹여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따듯한 눈빛을 주었다.

일주일쯤 뒤 나는 너무 피곤해서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잠을 잤는데 눈이 떠졌다. 온통 세상이 깜깜했다. ‘뭐지? 꿈인가? 왜 앞이 안 보이지?’아무리 몸부림을 쳐봐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쟤 좀 봐. 움직이지도 못한다니까? 흐흐하하.”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소리를 질렀다.‘으으으아아아악!’나는 벌떡 일어났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세상이 잘 보였다. 정말 꿈이었을까?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름 끼치게 무서웠고 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때 그 친구가 떠올랐다. 바로 이희진. 희진이도 혼자 이렇게 무서웠을까?

멍하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아빠께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계셨다.“우리 딸! 악몽이라도 꾼 거야? 애가 왜 새파랗게 질려 있어?”“응? 아…, 괜찮아! 나도 밥 먹을게. 아빠, 혹시 수어가 뭔지 알아?” “응. 물론. 아빠 대학교 다닐 때 동아리가 수어부였어. 그래서 수어 좀 할 줄 알아. 우리 딸, 수어는 왜?”“사실은 우리 반에 희진이라고 소리를 잘 못 듣는 친구가 전학을 왔어. 한동안 희진이한테 너무 잘 못 한 것 같아서…. 나한테 수어 가르쳐줄 수 있어?”“당연하지.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주말 동안 수어를 알려줄 테니까 월요일 날 학교 가서 희진이와 소통해봐.”“응. 고마워. 아빠!”그렇게 나는 주말 동안 아빠한테 수어를 배웠다. 수어 배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꼭 수어를 잘 배워서 희진이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꼭 전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희진이가 나와 조금 다르다고 나보다 부족한 애라고 생각한 것에 깊이 반성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이다. 교실의 문을 여니 희진이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막상 다가가려니 긴장이 되어 잠시 머뭇거렸으나 희진이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렸다. 희진이가 나를 보았다. 나는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수어를 천천히 희진이에게 보여주었다.“희진아…, 내가 정말 미안했어. 내가 너를 무작정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지냈어. 나 앞으로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그러자 희진이가 활짝 웃으며,“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어서 고마워. 그런데 수어를 알다니 대단한데?”라고 했다. 너무 뿌듯했다. 난 그 이후로 희진이와 뗄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나의 13살 때의 이야기이다. 지금 내 나이는 31살이고, 난 여전히 희진이와 친구이다. 14살부터 수어 학원에 다녀서 지금은 수어 통역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희진이가 없었더라면 수어 통역사라는 소중한 직업을 가질 수 있었을까? 나는 어린 친구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를 뿐이지, 넘치거나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나와 어떻게 다른지 보다, 어떤 사람인지 더 생각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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