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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온라인으로 데워진 영혼의 밥
  • 2020년 겨울 제96호
  • 조회수 : 118
  • 작성자 : 유비텍1

칼럼

온라인으로 데워진 영혼의 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전미옥

연주하는사람들
어릴 때 친구 이야기다. 친구는 어느 일요일에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보러 공연장에 간다고 했다. 부모님과 가는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의 한 형태로 오페라 관람을 권한 것이다. 그 당시 친구는 티켓값 5천 원 을 내고 무대와는 먼 3층 좌석에서 오페라를 처음 보았는데, 대극장의 웅장한 음향을 경험한 것을 두고두고 잊지 못했다.친구네 음악 선생님은 관람을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오페라가 너무 재미없으면 의자에 앉아 졸아도 괜찮다. 하지만 졸더라도 공연장에 가서 졸 아라”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공연예술을 직접 보는 경험을 통해 제자들이 문화적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길 바라셨다고 했다. 어떤 날은 음악수업 시간에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황제> 1악장을 듣고 느낌을 써보자고도 하셨다고 한다. 친구는 음악 이론을 배운 것보다 이런 수업들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데, 이때가 80년대 중반이다

지난여름과 가을에 걸쳐 공연했던 뮤지컬 <모차르트>는 지난 10월 연휴 기간 동안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서비스를 했다. 이에 전국 1만 5천여 명의 유료관객이 뜨겁게 화답했다고 한다.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현장감까지 기대할 순 없었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무대를 클로즈업 한 화면 덕분에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말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킨 것 이다.

또한 지난 10월 부산문화재단은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거리 예술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멈출 수 없을 거리>를 진행했다. 공연예술계의 전반적인 침체를 활성화하고자 비콘그라운드를 비대면 공연 공간으로지정하고 4일간 연극, 음악, 무용, 복합 퍼포먼 스, 댄스 등 다채로운 경연예술팀을 초청해 공연할 수 있게 했다. 시민들은 온라인을 통한 공연 관람을 통해 깊어가는 가을, 문화예술 공연을 집에서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어떤 분야든 우리가 알던 그 모든 형식과 방법, 문법을 모두 잊고 새롭게 생각할 것을 주문하는 듯하다. 기술과 매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비대면 시스템과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활동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수요가 폭발적으 로 늘어난 교육계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방법을 혁신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미디어 분야, 시각예술 분야, 공연예술 분야 등 보고 느끼는 과정을 온라인에 크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온라인을 보조적으로 활용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뿐 만 아니라 국외까지 성공적인 온라인 문화예술교육의 실천모델이나 사례를 찾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17개 시ㆍ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디지털 자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아르떼 라이브러리나 유튜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포털 안에 있는 ‘집콕 문화생활’에서도확인할 수 있는데, 국공립 문화예술 단체가 제공한 다양한온라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언택트 시대에서 평등해지는 부분도 있다. 문화예술을 직접향유할 때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문화예술교육 생태계가 구축되고 활성화된다면 누구나 온라인 접속을 통해 양질의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문화예술 콘텐 츠를 개발하여 온라인을 통해 공유한다면 문화예술 불모지라는 말이 조금은 희석되고, 이후 개인적인 선택을 통해 직접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까지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문화예술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이후에 시간이 남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힘, 공부해야 하는 이유, 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그 모든 정서와 감성을 지지 하는 것이자 필수적인 교육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성적 선택과 판단, 결정이 필요한 곳에서도 타 인을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며, 경제적 가치보다 중요한 가치를 찾아 선택하는 결정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 시대야말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배가되는 시대이다. 만나거나 모일 수 없는 환경에서 그래도 가까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인가를 끊임없이 탐색한 산물을 접하는 교육이기때문이다. ‘배부른’ 사람들의 놀이가 예술이 아닌 것처럼,문화예술은 사람들의 영혼에 밥이 된다. 학창 시절에 음악선생님 덕분에 대극장에서 난생 처음 오페라를 본 친구의 오늘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FM 라디오 프로그램으로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음악 선생님은 내 친구의 일상을 평생 풍요롭게 만들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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