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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일상으로의 초대
  • 2021년 겨울 제100호
  • 조회수 : 77
  • 작성자 : 유비텍1

칼럼

일상으로의 초대

이미선 부산광역시교육연수원 원장

“♪...... 해가 저물면 둘이 나란히 지친 몸을 서로에 기대어 그날의 일과 주변 일들을 얘기하다 조용히 잠들고 싶어.♬” 오래전 즐겨 들었던 가수 신해철의 노래 ‘일상으로의 초대’가 그립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초대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부터.

그리운 학교의 일상
늦잠을 자는 바람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지만 등교길에서 만난 친구랑 수다 떨면서 신나게 학교로 향하는 아침, 교문에서 아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손 잡아 주는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꽃 피우던 쉬는 시간, 졸다가도 오전 수업 마치는 종소리 들으면서 누구보다 먼저 급식실로 뛰어가 두 번 세 번 밥을 받아먹 는 즐거운 점심시간, 서로 도와가며 경기하던 체육시간, ‘에이 또 저 잔소리’하며 가방부터 챙겨두고 흘려 듣던 종례시간, 집에 가고 싶은 마음 억누르고 엉덩이 들썩이며 악기 연습하던 방과후 시간……. 별 특별할 것도 없이 평범했던 대부분 우리 아이들 일상의 학교생활이 이제는 아득한 옛이야기 같다.

 

잃어버린 일상이 가져온 불평등
어른들도 물론이지만,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 회복이 중요하다. 배움과 상상력, 성장과 행복의 터전인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잃은 것이 너무나 많다. 가정에서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지지를 받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 행이지만 자기주도학습능력이 부족한 저학년이나 특수아, 저소득층 가정의 학 생 등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아이들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여러 통계에서 사회 전반에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교육 실태를 보면, 작년 대비 전체 사교육비는 10.1% 줄었으나 상위계층은 80%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했고 사교육비도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 가정은 40% 정도가 사교육에 참여했고 액수도 줄었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에서 발표한 「2020 고등학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을 보 면, 2019년 대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국어 2.8%, 수학 4.5%, 영어 5.0% 로 모두 증가했다. 또한 대도시보다 읍면지역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보다 더 큰 우려는 정서 격차, 사회성 격차, 건강 격차,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늘어 나는 등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 면, 청소년 자살율이 2019년 대비 10.3%가 증가하였고, 우울감에 따른 청소년 사 이버 상담건수도 30.5%나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 면서 기초학력 저하는 물론이고 우울감과 고립감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깐부’처럼 서로가 협력할 때
불평등과 불공정을 줄이고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부산시교육청은 기초학력뿐 아니라 상시돌봄 체계 구축, 정서지원을 위한 상시 연결 시스템 구축, 언어나 문화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다봄번역 서비스 제공 등 ‘틈새없는 학교 안전망 구축’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는지 유심히 살피고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교실에서 담임선생님들의 관심과 정성어린 손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마을과 지역사회의 지원 역시 큰 힘이 된다. 그야말 로 온 마을이 나서야 ‘일상 회복’이 가능하다. 교육청, 학교, 마을의 노력에 더하여 꼭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최근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성공 비결을 “코로나19로 심화된 격차가 전 세계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밝히고 있지만 이 드라마 속에는 더 큰 비결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본인의 주체적인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 어릴 적 동네에서 ‘니꺼내꺼’ 없이 제일 친했던 놀이 친구인 ‘깐부’처럼 서로가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극한의 공포와 죽음의 상황에도 서로가 지혜를 모으고 협력하면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아득히 멀게만 보이는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도 포기하지 않고 길동무와 손을 잡고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열린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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