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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있는교단금쪽같은 1학년과 함께한 사계절
  • 2022년 봄 제101호
  • 조회수 : 68
  • 작성자 : 유비텍1

글이 있는 교단

금쪽같은 1학년과
함께한 사계절

 

이지영 신금초등학교 교사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매일 점심을 먹으러 가기 10분 전, 그림책을 한 권씩 읽어준다. 실물화상기에 그림책을 비추며 “오늘의 이야기는!” 하고 말하면 아이들 모두가 “오늘의 이야기는!”을 따라 외치며 제목을 같이 읽는다.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는 끝~입니다.”, 또 점심 메뉴를 확인할 때는 “오늘의 메뉴는!”하고 아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나의 말 을 따라 한다. 시킨 것도 아닌데 처음에는 한두 명이 장난스레 따라 하 더니 언젠가부터 다 같이 따라 하는 우리 반만의 루틴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아이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새싹이 움트기까지 열심히 뿌리내리는
봄 그리고 여름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은 교직 경력 4년차, 지난해 나는 두 번째로 1학 년 아이들을 맞이했다. 1학년 담임으로 결정되었을 때 걱정이 앞서 기도 했지만, ‘하면 되지!’라는 약간의 자신감과 기대감도 공존했다. 내가 처음 1학년을 맡았었던 때의 기억 속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서 점점 자기 일을 스스로 척척 해냈던 것 같은데… 그건 나의 미화 (美化)된 기억이었다.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남아있던 봄, 내가 만난 우리 반 아이들은 그저 유치원을 갓 졸업한 어린이였다. 1학년은 하 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해서 힘들다고, 그래서 3월은 특히나 더 힘 들다고 하더니 정말이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길지 않아서 같은 말 을 기본적으로 3번씩은 해야 했고, 친구들끼리의 부딪힘도 종종 있 었다. 또 어떤 날은 돌봄교실에서 아이가 사라져 학교 앞 놀이터에 찾으러 가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보며 흐 뭇했던 순간이 더 많았다. 하루는 아이들이 복도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기에 그림책 『사뿐사뿐 따삐르』를 읽어주면서 ‘따삐르’처럼 걸 어 다녀 보자고 했더니 책을 읽은 그날 하루만큼은 사뿐사뿐 걸으 려 애쓰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시간이 쌓이고 아이들이 초등학 교 생활에 점차 적응하면서 조금씩 자라는 게 눈에 보이고 마음으 로 느껴졌다. 그해 봄, 교실 창가에 아이들과 같이 심었던 방울토마 토처럼.

   
금쪽같은 1학년과
                    함께한 사계절 금쪽같은 1학년과
                    함께한 사계절 금쪽같은 1학년과
                    함께한 사계절
 

  꽃과 열매가 풍성한 결실을 맺는
가을 그리고 겨울

 

무더운 여름방학이 지나고 학교에서 반 아이들을 다시 만난 후, 나는 같은 학년 부장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 이 방학 동안 좀 자라서 왔어요. 이제 아이들 귀에 제 말이 좀 들리는 것 같아요.” 1학기에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도 했고 코로나19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 활동을 위주로 했었는데, 방학 동안의 ‘자람’에 힘입어 2학기에는 아이들에 게 협력 과제를 제시해 봤다. 하루는 연극강사 협력 수업에 서 종이컵 쌓기를 했다. 처음엔 두 명이 시작했는데 하나둘 씩 더 모이더니 마지막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모여 힘을 모 아 큰 성을 만들어내며 기뻐했다. 하나의 과제를 주고 아이 들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이건 같이 하는 거야.”, “다른 친구 들도 조금 기다려줘.” 말해주니 스스로 다른 친구에게 기회 를 주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1학년 친구들 의 매력 중에는 귀여움도 있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매 력은 바로 ‘성장’이다. 선생님이 한 말을 그대로 배워서 행동 으로 보여주는 것. 그림책 『고구마구마』(문장의 끝이 ‘~구 마’로 끝나는 책)를 읽고 난 뒤 “선생님, 또 읽고 싶다구마.”, “재밌구마!” 자기들끼리 말놀이를 하더니, 마칠 때는 “선생 님, ‘사랑하구마’로 인사해요~” 제안하면서 다같이 “차렷, 인 사, 사랑하구마~”하고 인사할 수 있는 것! 다들 1학년 담임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사실 실제로 힘들기 도 했지만!) 이렇게 계절이 바뀌며 우리 반 아이들이 무럭무 럭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한 번 더 1학년 도전?’하고 생각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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