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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2013년 1월 전국 교육청 최초로 오피니언리더를 위촉하여 다양한 시각의 글을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 싣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교육 관계자, 작가 등이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 1회 정도 홈페이지에 글을 탑재합니다.

글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 전화(051-860-0222)나 메일(two2man@korea.kr)로 알려주시면 해당 오피니언리더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글읽기 : 더불어 함께 상세 정보
더불어 함께
작성자 정자연 작성일 2020.12.29
더불어 함께

정자연(부산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 교사)

“선생님 눈 보고! 안녕하세요?”
“**이 왔어요, **이가 인사 잘했네!”
“우와, 인사 잘한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조금은 특별한 우리 반 **이의 아침 인사말이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웠던 **이가 이제는 ‘선생님 눈 보고!, 친구 눈 보고!’를 주문처럼 외며 눈을 맞추고 말을 한다. 인사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에 ‘사랑합니다.’라는 우리 학교 인사말을 한 번 더 되풀이해주기도 한다. 덧붙인 그 인사 한마디에 마치 고백이라도 받은 듯 나는 가슴이 뛴다. 언제 저리 자랐을까? 언제 저렇게 예쁘게 커서 선생님이랑 눈도 맞추고 인사말도 건네게 되었을까? 어느새 부쩍 자란 아이 모습에 감격스러움과 행복함을 감출 수가 없다.
학반 발표를 하는 당일, 새 학급의 명부를 받아들고 **이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21년의 교직 생활 동안 통합학급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을 뿐더러 **이와 같은 수준의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를 만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막연한 다짐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은 자꾸 미뤄졌고, 5월이 되어서야 아이들을 만나게 되어 **이에 대한 나의 다짐도 흐려진 듯했다. 그러나 5월 말로 연기되어 예년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된 학부모 총회는 내가 **이에 대해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이는 다른 친구들과 좀 달라요. 자기는 좋다고 하는 표현인데 친구들을 불편하게 할 때가 있어요. 우리 **이가 불편하게 하거나 힘들게 할 때에는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 제가 잘 알아듣게 얘기하고 주의 줄게요. 이해 부탁드려요.”
우리 아이를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에 **이의 어머니께서 눈물을 흘리며 하신 말씀 때문에…….
참석하신 모든 어머니들도 함께 눈물을 훔치시며 “**이 엄마,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어주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이는 어느새 우리 모두의 아이가 되어 나를 포함한 우리 반 학부모회를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이의 표현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고자 조금씩 힘썼고, 우리 반 아이들과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정의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 속에서 그 모습을 익혀갔다. 겨우 2학년 꼬꼬마인 우리 반 아이들은 이제 **이가 통합학급에 수업을 하러 가는 시간에 꼭 인사를 건넨다.
“**아, 잘 갔다 와.”, “**아, 수업 잘 듣고 와.”, “**아, 재미있게 공부하고 와.”
그러면 우리 **이는 손을 흔들며 말한다.
“친구들아, 다녀올게.”, “선생님 눈 보고! 선생님, 다녀오겠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다시 교실에 들어설 땐 항상 “다녀왔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예쁘게 인사를 한다. 친구들도 “**아, 잘 다녀왔어?”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수업 시간에 친구들이 학습 결과물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말하고 싶어 실물화상기 앞에 스케치북을 가져나온 **이. 수업과 관련이 적은 내용을 더듬더듬 말하는 **이를 보며 아이들은 “우와! **이 그림 너무 잘 그렸네.”라며 박수를 쳐 준다. 꽃보다 환한 웃음을 보이며 함께 박수치고 행복해하는 **이의 모습을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올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 적었고, 그 속에서 아이들의 교우관계나 사회성 발달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걱정과는 달리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관계 속에서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멋지게 잘 자라나고 있었다. 그렇게 올바른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멋진 모습에 나는 너무나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남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어른들조차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바로 우리 아이들이 해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존중과 배려,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꼬꼬마들의 작은 교실 한 칸. 이곳에서 교사이기 전에 이 사회의 어른인 나는 진정한 존중과 배려, 다양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배려와 통합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는 더더욱 말이다.
온라인 수업기간이지만 학교 통합반에 매일 등교하는 **이가 온라인에 보이지 않으니 “선생님, **이가 안보여서 허전해요.”, “○○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은 부산교육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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