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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2013년 1월 전국 교육청 최초로 오피니언리더를 위촉하여 다양한 시각의 글을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 싣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교육 관계자, 작가 등이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 1회 정도 홈페이지에 글을 탑재합니다.

글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 전화(051-860-0222)나 메일(two2man@korea.kr)로 알려주시면 해당 오피니언리더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글읽기 : 우리 어떻게 다시 만날까 상세 정보
우리 어떻게 다시 만날까
작성자 장현정 작성일 2020.10.05
우리 어떻게 다시 만날까
- 언택트 시대의 수업 단상

장현정 (호밀밭출판사 대표)

올해 우리는 한 해 내내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재난과 함께 하고 있다. 일상의 많은 것이 채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격변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재난은 언제나 가장 약한 이들부터 괴롭힌다. 예상치 못한 재난에 버틸 맷집이 없는 사람들, 무엇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사태는 전쟁과 다를 바 없는 치명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사람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이 꼬박꼬박 임대료와 고정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언제나 사회가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할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아이들은 방에 갇혀 액정화면이나 모니터를 통해서만 세상과 만나고 있다. 한창 세상을 경험하고 많은 것들과 만나 부대끼며 무럭무럭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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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 없는 지금의 시대를 지칭하기 위해, ‘언택트 un-tact’ 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말 그대로 ‘접촉’을 뜻하는 영어단어 ‘contact’에 부정접두어 ‘un’ 이 붙어서 ‘접촉을 안/못하는’ 이란 의미다. ‘언 un’ 이라는 말의 음악성 때문인지 나는 ‘얼어버린 만남’ 이란 의미로까지 느껴진다.
이런 언택트 시대에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많은 부분이 고장 난다. 철학자들이 말하듯, 언제나 당연하게 거기 있어서 우리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던 도구의 존재는 고장 날 때라야 비로소 그 본질을 내보이며 새롭게 다가오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이 딱 그렇다. 도구가 고장 나면 그것을 사용하려던 우리가 힘들고 불편해질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순간 우리가 대신 얻게 되는 것도 있으니 바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환기와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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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지금의 언택트 시대를 만든 것이 다름 아닌 지금 우리들의 일상, 당연한 것처럼 영위해오던 현대 인류의 바로 그 일상이다. 물론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즉각적인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그와 함께 지금을 계기로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그리고 절박하게 성찰해야 할 일이다. 한 개인의 존재도, 무리하거나 비윤리적인 일상이 오래 지속되면 감기부터 심한 병까지 경고를 받게 마련이다. 또 이를 계기로 그 사람의 일상이 다른 방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언택트 시대는, 지난 수백 년 동안 ‘개인’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봐온 우리의 근대적 일상과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고 사실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존재였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마침 사회적 소수자나 동식물 등 다른 생명에 대한 연대의 중요성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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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10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에게도 이 시대는 많은 고민과 성찰을 가져다준다. 대표적인 언택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비대면 강의이기 때문이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식의 강의는 물론 교수나 학생 모두에게 약간의 편리함, 부분적 자율성은 제공해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되는 것은 자유로움의 핵심 전제 조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꽤 크다. 지난 10년 동안의 강의 경험을 통해 나는, 강의의 절반 이상이 사실은 그 공통의 시공간 안에서 흐르는 비언어적 교감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학생들의 눈빛과 표정, 분위기와 열기, 혹은 느슨함이나 지루한 분위기 등으로 강의는 준비해간 내용과는 다르게 순간순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때로는 그렇게 달아오른 분위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잠깐 동안의 대화로 교수와 학생 모두 교학상장의 결정적 순간을 공유하게 된다. ‘결정적 순간’이란 게 사진을 찍을 때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언택트 시대의 강의는 우리에게 약간의 편리함과 너무나 큰 배움의 손실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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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말은 어제오늘의 말이 아니다. 우리는 다시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만날 것이다. 기술은 발달할 것이고 편리함도 늘어날 것이다. 좋은 면이 더 많고 나쁘다고만 볼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새삼 절박하게 곱씹어봐야 할 점은 없을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류의 연대와 공존에 대한 가치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생각을 통해 충분히 알게 되지 않았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될 일이다. 할 수 없다는 말은 마음이 없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논어>의 멋진 한 구절로 글을 맺는다.
“未之思也, 夫何遠之有? (그리워하지 않는 것일 뿐. 무엇이 멀리 있단 말인가)”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은 부산교육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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