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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2013년 1월 전국 교육청 최초로 오피니언리더를 위촉하여 다양한 시각의 글을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 싣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교육 관계자, 작가 등이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 1회 정도 홈페이지에 글을 탑재합니다.

글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 전화(051-860-0222)나 메일(two2man@korea.kr)로 알려주시면 해당 오피니언리더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글읽기 :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각오 상세 정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각오
작성자 이민영 작성일 2020.08.25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각오

이민영(문현여자고등학교 교사)

“후유, 마침내, 2020학년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그 어떤 수식어로 지난 한 학기를 표현할 수 있을까? 2월 초 개학을 맞아 분주할 때만 해도 그런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방송으로 진행되는 졸업식을 보면서도, 2월이 가면 3월이 오겠지, 개학을 하고 입학식이 열리겠지, 일상이 반복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2월이 지나고 3월이 와도 일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출근해서만 사용하던 교내 메신저 앱을 휴대전화에도 깔아야 했고, 하루에도 수십 개씩 메시지가 오갔다. 교장, 교감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들의 단톡방이 열렸다. 수시로 업무 협의 톡을 주고받았다. 3월 한 달 동안 몇 차례 개학이 연기되었고 수정한 학사일정을 다시 수정하고 또다시 수정했다. 교육과정, 의무 연수나 교육 시수 등 부서별로 맞물린 일정들을 다시 조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3월 25일경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추진한다는 교육부 보도가 나왔다. 부산시교육청 온라인 학습 역량 강화 연수가 진행된 것도 그 무렵이다. 생전 처음 Zoom 화상회의 방식의 연수를 들었다. 구글 클래스룸, Zoom-us 등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위한 플랫폼은 무척 다양했고, 연수 내용은 새로웠다. 강사들은 능숙하게 각 플랫폼의 특징을 설명했다. 나에게는 처음인 내용들이 그들에겐 익숙해 보였다. 한두 시간 연수를 듣고 우리 학교는 구글 G-suite와 Zoom-us를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3월 말이었다.

3월 30일 전체 교직원 화상회의 및 연수
3월 31일 담임, 부담임 Zoom 화상 수업 리허설
4월 1일 전 교직원 출근
4월 2~3일 파일럿 수업 : 쌍방향 화상 수업 리허설
4월 9일 3학년부터 온라인 개학

교내 메신저와 업무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3월 말과 4월 초는,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이다. 학생으로 보낸 16년과 교직 생활 33년을 합쳐 거의 50년, 나에게 수업은, 교실이란 공간에서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약 열흘 만에 구글 클래스룸과 Zoom을 오가며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져야 했다. 담당 부서에서 발 빠르게 확보한 펜 마우스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라 여러 프로그램을 깔았다 지우기도 했다. 학생들도 금방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졌다. 화면 속으로 잠옷 차림의 남동생이 지나가거나 무릎에 고양이를 앉힌 채 편안하게 수업을 듣는 모습도 곧 익숙해졌다.
가끔 인터넷 연결 문제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매시간 수업 내용이나 자료를 구글 클래스룸에 탑재했다. 온라인 수업은, 계획을 세워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교실 수업에 비해 변수가 적어서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수월했다. 나는 주로 Zoom 화상회의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수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채팅으로 답을 적어 보내게 하거나, 화면 공유하기를 통해 발표를 시켰다. 교재의 해당 페이지를 카메라에 비추게 하는 단순한 방법으로 그때그때 참여도를 확인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면서 얻은 크고 작은 노하우들을 기꺼이 공유했다.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달라지는 수업 기술과 자료 제작법, 펜 마우스 활용 프로그램, 실제 수업용과 탑재용을 구별하는 파일 변환, 온라인 수업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수행평가 방법, 심지어 헤드셋의 마이크를 스탠드식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 아무리 사소한 노하우라도 함께 나누는 가운데 더욱 유용해졌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마음과 머리를 맞대가며 만들어가는 시간은 의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1학기가 지나갔다, 무사히.

이 글을 쓰기 시작할 즈음만 해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두 자리를 유지하면서, 모두가 광복절 연휴를 고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연휴를 코앞에 두고 확진자 수가 늘더니 며칠째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난감하다. ‘재유행’을 걱정하고 경고하는 숱한 말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 주 개학을 앞둔 교무실은 분주하다. 급히 1, 2학년 격주 등교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이 만들어졌다.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날들이 시작되는 것이다.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지난 봄날의 각오를 되새겨야 한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 그런 시대가 우리에게 위기를 안겨 주었지만, 우리는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약 열흘간의 준비 과정만으로 훌륭하게 온라인 개학을 하고 온라인 수업을 일궈낸 우리 교육 현장의 힘, 선생님들의 힘을 다시 모아야 한다.
긴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연일 기승을 부리는 폭염, 그보다 더 무서운 기세로 되살아나는 코로나19. 교사인 나는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각오로 온라인 수업을 위한 자료를 다시 챙기려 한다.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은 부산교육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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