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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2013년 1월 전국 교육청 최초로 오피니언리더를 위촉하여 다양한 시각의 글을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 싣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교육 관계자, 작가 등이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 1회 정도 홈페이지에 글을 탑재합니다.

글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 전화(051-860-0222)나 메일(two2man@korea.kr)로 알려주시면 해당 오피니언리더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글읽기 : 혀 아래 도끼 상세 정보
혀 아래 도끼
작성자 장덕현 작성일 2020.07.14
혀 아래 도끼

장덕현(부산대학교 교수)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타임투킬(Time to Kill)’은 법정 스릴러로 유명한 소설가 존 그리샴의 데뷔작을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리샴은 공권력과 사법부조차 눈 감은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시민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여야 할 공권력이 그 대상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보호를 외면하고, 심지어 그들을 차별하고 과잉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이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이 허구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 간 목이 눌린 그는 병원으로 옮겨진 후 당일 밤 사망하였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으며, 폭력 양상을 띠면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과 총격 사건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인종갈등과 코로나-19와 맞물리면서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령도 발동되었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대응방식이다. 그는 시위대를 폭도라고 지칭하며 시위대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을 배치하고, 시위대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불사하였다.
문제는 미국사회의 인종갈등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 급격히 노골화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그의 거침없는 막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누구든 남루한 차림의 피부색이 짙은 거구의 남성으로부터 두려움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그 불편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이성이라는 장치를 가동하여 본능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한다. 인간에게 그러한 제어장치를 가동하도록 하는 힘은 교육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류가 함께 살아온 역사와 존재론적 사유를 위한 철학을 배우고, 과학적 이성을 탐구한다.

그런데, 2017년 1월 인류는 예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을 만나게 된다. 그것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으로 말이다. 그는 교육을 통해 갖추어져 있어야 할 제어장치가 빠진 사람 같았다. 있는 그대로 감정을 토해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그에 고무된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을 마치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자행하기 시작했고, 이에 항의하는 미국 풋볼리그(NFL) 선수들이 경기 초 미국 국가 연주 중에 한쪽 무릎을 꿇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대통령은 정치는 않고 풋볼선수들과 전쟁만 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미국인들의 흑인에 대한, 중국에 대한, 남미로부터 유입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증오심을 매개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해 왔다. 국경에 방벽을 쌓고 이민을 틀어막아 버렸으며, 저소득층에게 제공되던 의료복지혜택을 모두 없애버렸다. 대학이 대면 수업을 열지 않는다면, 해외 유학생들을 모두 돌려보내버린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결국 그 일련의 과정이 올 겨울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그를 닮고자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대 국회가 유난히 막말이 난무했던 국회였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과 다른 나라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자 했다면, 우리나라의 추종자들은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를 매개로 진보정부와 시민단체에 대한 막말을 쏟아 놓았다. 주말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에 나가 막말 경시대회를 벌이고 낯 뜨거운 내용의 전단을 북쪽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스스로 분열했고 우리 국민은 그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얼마 전 제21대 국회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이번 국회에서는 부디 노골적 증오와 막말은 사라지고 품격과 존중, 그리고 그들을 그 곳에 있게 해 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자리잡기를 바란다.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은 부산교육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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