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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2013년 1월 전국 교육청 최초로 오피니언리더를 위촉하여 다양한 시각의 글을 홈페이지, 소식지 등에 싣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교육 관계자, 작가 등이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월 1회 정도 홈페이지에 글을 탑재합니다.

글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담당자 전화(051-860-0222)나 메일(two2man@korea.kr)로 알려주시면 해당 오피니언리더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글읽기 : 코로나 시대, 학교란 무엇인가 상세 정보
코로나 시대, 학교란 무엇인가
작성자 박창희 작성일 2020.04.27
코로나 시대, 학교란 무엇인가

박창희(경성대 신방과 교수, 스토리랩 수작 대표)

텅 비었다. 운동장도, 교실도, 복도도…. 학교 앞 문구점도, 중국집도, 떡볶이 가게도 썰렁하다. 굳게 닫힌 교문 위에 현수막이 펄럭인다. ‘너희는 학교의 봄이야! 보고 싶다’, ‘봄꽃 말고, 너희들이 보고 싶구나!’, ‘너희와 함께함이 행복이다. 건강하게 어서 만나자’, ‘보고 싶다. 제자들아!’, ‘기다릴게 사랑해’.
누가 썼는지, 글귀를 잘 썼다. 시적 감수성이 묻어난다. 읽고 읽자니 눈물이 날 것 같다. 한편으론 잔인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화려한 봄날에, 아이들은 어디에 가 있단 말인가! 교사는 학생 없는 교실을 지키고, 학생은 집에서 답답한 수업을 듣는다. 코로나 시국의 기막힌 학교 풍경이다.
전쟁 중에도 천막교실을 열어 대면 교육을 해왔던 우리가 아니었나. 그런데 코로나19가 두 달 넘게 학교를 멈춰 세웠다. 두 달이 아니라 올해 내내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바이러스가 전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난다. 보라, 바이러스가 학교질서, 사회생활, 국가경영, 세계경제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지 않은가. 팬데믹(pandemic), 대사변이다. 인류 문명이 지구상 모든 것을 연결 짓고 나서, 이토록 이동을 멈추고 봉쇄를 했던 적이 있었던가.

코로나가 알려준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연결되고 싶은 존재’로서의 사람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우리는 갇힌 일상, 닫힌 관계가 얼마나 답답한지 깨달았다. 아이들 입에서 ‘학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초·중·고,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이제 갓 시작이다. ‘온라인 개학’이란 전대미문의 상황을 겪고,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학교가 나아간다. ‘학교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온다. 그동안 풀지 못한 과제들이 한꺼번이 쏟아져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형국이라 할까. 불안하고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슬쩍 발동한다. 코로나 극복 의지가 강한 만큼, 이참에 묵은 교육 과제를 풀자는 얘기도 들린다.

온라인 개학 이후 모든 학교는 거의 예외없이 ‘온라인 수업 모드’로 전환됐다. 과학 기술과 슬기를 동반한 ‘온라인’이 하루아침에 쉽게 적응될리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힘겹고 피곤하다. 온라인 교재 준비, 수업관리, 접속 장애, 사후 학습관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다. 1주, 2주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고 시행착오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서 온라인이란 비정상이 정상궤도에 오르는듯한 ‘착시’는 신기한 경험이다. 어떤 측면에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정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것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교 안팎에선 스마트 기기나 인터넷을 잘 다루는 ‘스마트 교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요즘은 담임 운이 디지털 잘하는 교사 만나는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한다. 반면, 교실에서 하는 대면 수업만이 수업이라 생각해왔던 나이 든 교사들은 시쳇말로 ‘죽을 지경’이다. 수업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숨을 곳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적응해야 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갑자기 바뀐 디지털 환경이 스트레스인 것은 틀림없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낡은 교육계를 깨우는 측면도 있다. 교사의 역할도 되묻게 만든다. 교사가 지금까지 지식 전달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온라인에 집중하게 돕는 조력자(facilitato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교실에서, 한자리에 앉아서 수업하던 방식은 온라인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제2, 제3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유연한 학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계 안팎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온 e러닝, 디지털 학습, 에듀테크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성교육과 공동체 의식 함양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덕목이다. 이 덕목을 지켜야 하기에, 학교는 끝까지 살아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능동적 상황 대처다. 코로나19에 떠밀려 변화를 찾기보다, 주체적·능동적으로 교육의 미래, 국가의 내일을 개척한다는 비전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여준 국민적 극복 의지가 K(한국형) 방역모델로 나타났듯이, 학교 역시 K교육 모델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피니언리더의 의견은 부산교육 정책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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